장르: 공포, 스릴러
감독: 스콧 데릭슨
출연: 에단 호크, 메이슨 테임즈, 매들린 맥그로
CGV 대전에서 열린 블랙폰 VIP시사회를 다녀왔다.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이다. 어렸을 때는 곧잘 공포영화를 보러 가곤 했는데 돈 내고 괴롭기 싫다던 친구 말에 공감이 되면서부터 공포는 내가 가장 멀리하는 장르가 됐다.
시사회를 보러 가기 전 찾아본 후기에서 블랙폰은 공포영화 입문서 정도의 수위라고 한다. 공포 지수가 <겟 아웃> 정도라면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스릴러를 잘 보기도 하고.
6시가 되자마자 키오스크에서 티켓팅을 하고 저녁 먹으러 고고. 영화 시작 시간은 8시 10분. 비가 오는 날이라 집에 가려면 조금 무서우려나.
블랙폰은 조 힐의 동명 소설 <검은 전화>를 원작으로 한다. 감독은 마블의 <닥터 스트레인지>를 만들었던 스콧 데릭슨, 제작사는 공포영화로 유명한 블룸하우스다.
블랙폰의 시놉시스
1970년대 폭력이 만연한 작은 마을에 아이들이 하나씩 사라진다. 어른들은 무책임하고 경찰은 무능력하다. 주인공인 피니와 여동생 그웬은 폭력적인 아버지와 싸움이 일상인 학교 아이들 사이에서 서로 의지하며 일상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피니는 연쇄유괴살인범의 6번째 타깃이 된다.
피니가 감금된 지하실 벽에는 고장 난 검은색 전화기가 걸려있다. 전화기가 울리고. 피니는 이전에 이곳에 있었던 아이들과 통화를 하게 된다.
영화를 본 감상
점프 스케어가 몇 장면 나오는데 극장에 가득한 사람들과 함께 놀라는 재미가 있더라. 혼자 놀라면 재미없지. 진짜 놀랐던 건 두세 장면 정도.
공포영화를 즐겨보지 않는 이유는 영화를 본 후의 잔상 때문이었는데 특정 장면이 트라우마처럼 몇 년을 두고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으로 <검은 물 밑에서>의 마미 장면;;; 점프 스케어처럼 깜짝 놀라는 정도가 아니라 그냥 까무러칠 것 같은 소름.
블랙폰은 놀라는 장면은 종종 있어도 소름 끼치는 장면은 없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전혀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았던 건 비주얼적으로 끔찍하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영화가 가지고 있는 귀신에 대한 태도 때문이었다. 귀신이 무서운 건 인간의 힘으론 벗어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힘 때문이 아닌가. 물리적으로 제거할 수 없고 실체가 없기 때문에 오는 막연한 공포.
블랙폰의 귀신들은 위협적이지 않다. 귀신이 늘 그렇듯 원한을 가지고 있지만 원한의 대상을 직접 공격할 수 있는 힘도 없을뿐더러 이들은 주인공인 피니 이전의 피해자들이다.
폭력인 만연한 사회에 어린아이들이 피해자가 되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가 귀신이 된 아이들이 아닌 폭력을 행하는 어른이고, 남자이고, 인간인 그래버를 더 잔인하고 혐오스럽게 그린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폭력은 약육강식을 토대로 한다. 아이들 사이에서 왕처럼 군림했던 아이들마저 그래버 앞에선 먹잇감이다. 이런 사회는 누가 만들었나. 어른들이다. 폭력을 방치하고 조장하는 사회다. 그래서 무능력한 선생님과 경찰들 앞에서 욕설을 쏟아내는 작은 소녀 그웬의 모습은 오히려 통쾌하기까지 하다.
그래버를 연기하는 에단 호크는 끔찍한 아동 연쇄살인범을 잘 표현했고, 피니와 그웬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그웬 너무 귀여워;;
다만 중반 이후의 이야기는 패턴이 반복되기 때문에 긴장감이 조금 떨어진다. 공포일 때는 중요하지 않지만 스릴러일 때는 약점이 될 수 있는 지점들이 눈에 띄는데 이 부분이 좀 더 완벽했으면 스릴러로서도 좋은 완성도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쉽다.
'MOVIE'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애프터양(2021): 기억과 존재에 관한 탐구 (0) | 2022.08.17 |
---|---|
피아니스트의 전설(1998): 이름 없는 예술가들을 위한 순정 (0) | 2022.08.13 |
와니와 준하(2001): 수채화로 그린 로맨스영화 (0) | 2022.08.10 |
늑대아이(2012): 모성애로 쓴 아름다운 성장 일기 (0) | 2022.08.08 |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1991):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일상의 힘 (0) | 2022.08.0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