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 액션, 드라마, 역사
감독: 김한민
출연: 박해일, 변요한, 안성기, 손현주, 김성규
1592년 임진왜란 발발
1591년 2월, 조선의 조정은 일본에 통신사로 파견되었다가 돌아온 황윤길과 김성일의 보고로 인해 매우 당혹스러운 상황에 처한다. 당시 '왜의 침입설'에 대해 두 사람은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지만 이들이 가져온 일본의 국서에 "군사를 거느리고 명나라에 뛰어 들어가겠다."는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성룡은 정읍 현감으로 있던 이순신을 천거하였고 이순신은 전라좌도수사에 임명된다.
전라좌수영에 부임한 이순신은 왜적의 내침에 대비하여 무기를 정비하고 거북선 제조에 착수하였으며 1592년 3월 27일, 새로 만든 거북선에서 대포를 쏘는 시험도 하였다.
1592년 4월 13일. 임진왜란이 발발하였다. 왜군 20여만 명이 대마도를 지나 한반도로 몰려들었고 조선은 단 15일 만에 수도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조선을 단숨에 점령한 왜군은 명나라로 향하는 야망을 꿈꾸며 대규모 병력을 부산포로 집결시킨다.
영화를 보기 전 미리 알아두면 좋은 전투들
이순신은 1592년 5월 7일 옥포 해전에서 왜적과 첫 교전을 벌여 왜선을 분멸하는 전공을 세웠다. 이후 6월 사천, 당포, 당항포, 율포 해전에서 왜선 67척을 격파하였다.
영화 오프닝에 등장하는 사천 해전은 거북선이 처음 출전한 해전이다. 거북선은 최전방 돌격선의 임무를 맡아 적진 한가운데에서 총통과 각종 함재 화포를 집중적으로 발사하였다. 이에 놀란 왜군 함대는 전열을 이탈하여 사천 포구 쪽으로 도주하였고, 거북선에 이어 판옥선의 공격이 시작되자 왜군은 배를 버리고 산 위로 도주하였다. 이 해전에서 일본군 2600명이 죽었고, 13척의 왜선이 격침되었다. 조선군은 이순신의 군관인 나대용이 총탄에 맞았고 이순신도 왼쪽 어깨에 탄환을 맞았다. 영화에서는 거북선의 위용과 왜군의 거북선에 대한 공포가 잘 묘사되어 있으며 왜장인 준사가 이순신을 저격하고 나서 포로가 되는 것으로 나온다.
영화에서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수군에 조선의 명운이 걸린 결정적인 이유로 용인 전투가 언급된다. 용인 전투는 1992년 6월 5일에 벌어졌던 전투로, 와키자카 야스하루가 이끄는 1600여 명의 왜군이 한양을 탈환하기 위해 모인 5만여 명의 조선군을 와해한 전투다. 직접적인 병력 손실은 크지 않았지만 한양 탈환에 성공했다면 평양을 공격하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보급로를 끊을 수 있는 전투였기 때문에 조선의 입장에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결과적으로 한양 탈환 계획도 물거품이 된다. 이때 승리를 거둔 와키자카는 한동안 용인에 주둔해 있었는데 이순신 장군이 사천 해전 등에서 연달아 승리하자 바닷길이 끊길 것을 염려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와키자카를 남해안으로 급파하였다. 그 결과 벌어진 것이 바로 한산도 대첩이다.
영화는 사이드 스토리로 웅치 전투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는데 웅치전투는 7월 7일 호남의 수부인 전주로 침공하려는 왜군에 맞서 전라도 관군과 의병이 분전한 전투다. 고갯길에 조선군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고 전해지는 치열한 전투였다. 영화에서는 왜군의 목표가 전주가 아닌 전라좌수영 본영으로 각색되었다.
영화의 배경 한산도 대첩
한산도 대첩은 1592년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에서 이순신이 이끄는 조선 수군이 일본 수군을 크게 물리친 전투다. 진주대첩, 행주 대첩과 함께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이다. 한산도 대첩은 군사학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전투로 해상에서의 포위 섬멸전을 이 정도로 정교하게 선보인 전투는 세계사적으로도 드물다.
한산도 대첩의 승리로 남해안 일대의 제해권을 장악한 조선 수군은 한반도에 있는 일본 육군의 보급로를 차단하여 일본에게 큰 타격을 입혔다. 또한 한산도에서 크게 승리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의병 활동이 더욱 활발해졌고 이미 상륙한 적군에게도 위협을 주어 매우 불리했던 임진왜란의 전세를 유리하게 전환할 수 있었다.
영화를 본 감상
영화는 사천해전과 한산도 대첩 사이의 기간을 주로 다루고 있다. 영화 전반부는 사천해전의 승리에도 불구하고 약점을 노출한 거북선의 보완을 비롯하여 다음 전투를 준비하는 과정과 전술이 디테일하게 전개된다. 그리고 영화 후반부는 유명한 거북선과 학익진을 포함한 해상 전투신을 볼 수 있다.
영화는 건조하고 담백하다. 나는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 연출의 담백함이 너무 좋았다. 한산은 이전에 나온 영화 '명량'과는 달리 전쟁 초반,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이 가지고 있는 자원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여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전투였다. 이후 이순신 장군이 겪게 되는 갖은 고초에 대한 암시 대신 이순신과 참모들, 그리고 거북선을 앞세운 한산 해전 그 위대한 기록에 초점을 둔다.
와키자카를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도 조금 새롭다. 와키자카는 호기로운 캐릭터다. 용인 전투의 승리로 기세가 오른 상태일 뿐만 아니라 약점을 파고드는 치밀함과 지략 또한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와키자카는 영화 전반에 거쳐 자신의 전술을 떠들어대지만 꽤 그럴듯했던 와키자카의 전술은 조선군의 학익진 앞에서 산산이 부서진다. 이는 와키자카의 전략을 상세히 보여줌으로써 그 전략을 무너뜨리는 이순신을 더 부각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적의 시점에서 바라본 이순신과 거북선의 위용은 그래서 더 짜릿하다.
박해일의 이순신은 쉽게 동요하지 않고 떠벌리지 않으며 지장으로서의 기품을 보여준다. 과묵한 그는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다.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는 말 속엔 전쟁을 대하는 이순신 장군의 신념과 고독을 느낄 수 있다. 거친 바다에 서서 불의를 향해 겨누었던 활처럼 한산은 꼿꼿하게 되살아난 이순신 장군을 만날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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