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직전 2019년 부산국제영화제를 방문했었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가 다시 정상화되기까지 무려 3년의 시간이 걸렸어요. 저는 3년 만에 다시 부산으로 갑니다. 가기 전 일정을 짜기 위해서 속속 공개되고 있는 영화제 소식들을 정리해 보았어요.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월드 프리미어 89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 13편을 포함한 71개국 243편의 영화가 상영됩니다. 커뮤니티 비프 상영작 111편을 포함하면 모두 354편이에요.
개막작 바람의 향기 Scent of Wind
International Premiere 이란/ 2022/ 90분
장르: 가족/ 인권, 노동, 사회
감독: 하디 모하게흐
개막작으로 이란의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가 선정되었는데요. 바람의 향기는 이란의 외딴 시골마을에 살고 있는 장애를 가진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모하게흐 감독은 이전에 <아야즈의 통곡>으로 2015년 부산 뉴커런츠상을 수상하기도 했어요.
이란 영화의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영화적 전통을 이어받은 바람의 향기는 느리고 조용하지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영화라고 해요. 등장인물은 장애인이거나, 장애물에 걸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사람들인데요. 그럴 때마다 그들은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밉니다.
9월 7일에 있었던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허문영 대회위원장은 "모하게흐 감독의 영화는 아주 작고 잔잔하지만 그 크기에 비할 수 없는 엄청난 공명과 감동이 있는 훌륭한 영화"라고 평했는데요. 냉혹한 현실 속에서도 선의를 잃지 않는 인간을 향한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에요. 키아로스타미 영화의 결을 사랑하시는 분이라면 꼭 기억해야 할 영화입니다. *메모
폐막작 한 남자 A Man
일본/ 2022/ 123분
장르: 범죄, 로맨스, 심리, 미스터리
감독: 이시카와 케이
출연: 츠마부키 사토시, 안도 사쿠라, 쿠보타 마사타카
폐막작으로는 베니스에서 초연된 일본 감독 이시카와 케이의 <한 남자>가 선정되었어요. 한 남자는 2018년 요미우리 문학상을 받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며 우아하고 차분한 톤으로 정체성과 소속감에 대한 기억에 남는 탐구를 제공한다고 해요.
'사랑했던 남편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줄거리:
아키라(츠마부키 사토시)는 변호사로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의뢰인인 리에(안도 사쿠라)를 만난다. 그녀는 아키라에게 죽은 남편 다이스케(쿠보타 마사타카)의 신원 확인을 부탁한다. 과거 리에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한 남자 다이스케를 만나 가까스로 새로운 행복을 꿈꿀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다이스케는 안타까운 사고로 돌연 세상을 뜨고 다이스케의 형 쿄이치가 그의 장례식을 방문한다. 다이스케의 사진을 본 쿄이치는 사진 속 인물이 동생이 아니라고 말한다. 슬픔을 떨칠 새도 없이 리에에게 그가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덮쳐 든다. 그의 이름, 그의 과거, 그의 모든 것은 완전히 낯선 누군가의 것이었다.
영화는 타인을 살았던 한 남자의 뒷모습을 통해 무거운 과거를 마주해가는 이들을 그린 작품으로 단 하나의 삶밖에 주어지지 않은 인간 존재의 한계 앞에서 '나'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주제를 풀어놓고 있어요. 유명한 소설이 원작인만큼 탄탄한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는 게 기대요인인데요. 특히 어느 가족에 출연했던 안도 사쿠라의 새로운 모습을 기대해 봐도 좋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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